메뉴 건너뛰기

언론자료

조선일보

30분 지나면 포기하는데.. 77분 집념, 멈춘 심장 깨우다

최원우 기자 입력 2017.06.09. 03:06 수정 2017.06.09. 15:00
 

자동 요약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30대 심근경색 환자가 77분에 걸친 심폐소생술 끝에 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시술 20분이 지나도 맥박이 뛰지 않으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30분이 지나면 시술을 중단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119구급대와 병원 의료진은 77분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8000번 가까이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끝에 이 환자를 살려냈다.

심폐소생술 시술 40분이 지났을 무렵, 심장내과 위진 교수가 "체외 심폐 순환기(ECMO)를 써보자"고 했다.

[의료진, 심근경색 환자 8000번 흉부 압박해 기적적으로 살려내]
30분 넘으면 회생 희박한데 세브란스 의료진 포기않고 시술.. 환자 갈비뼈 7개 부러질 정도..
의료진 "젊은 환자라 기적 믿어"
환자 "죽었다 살아났구나 실감"

심장 발작으로 쓰러진 30대 심근경색 환자가 77분에 걸친 심폐소생술 끝에 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시술 20분이 지나도 맥박이 뛰지 않으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30분이 지나면 시술을 중단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119구급대와 병원 의료진은 77분간 한 차례도 쉬지 않고 8000번 가까이 가슴을 압박하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끝에 이 환자를 살려냈다.

◇77분간 쉼 없이 8000번 흉부 압박

심근경색 환자 임중수(36)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2시 20분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10여 분 뒤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에 따르면 "당시 임씨의 맥박은 거의 멈춘 상태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구급대원들은 심폐소생술(CPR)에 들어갔다. 1분에 보통 100~120회(성인 기준) 흉부를 5~6cm 깊이까지 강하게 압박하는 방식이다.

구급차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 이번엔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심폐소생술 시술 30분은 보통 의사들의 '심리적 장벽'으로 불린다. 임씨 맥박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자 의료진은 전기 충격 요법도 병행했다. 출력을 최대로 높여 9번 충격을 주고, 항부정맥제도 투여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임씨 갈비뼈가 6~7개쯤 부러지고, 전기 충격 여파로 1~2도 화상까지 입었다. 의료진도 체력 소모가 극심해지면서 모두가 땀에 전 상태가 됐다. 이윤정 심장내과 의사는 "내일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리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온 힘을 쥐어짜 임씨 가슴팍을 눌렀다"고 말했다.

◇가능성 희박해도 포기 안 해

심폐소생술 시술 40분이 지났을 무렵, 심장내과 위진 교수가 "체외 심폐 순환기(ECMO)를 써보자"고 했다. ECMO는 환자 정맥에서 혈액을 체외로 빼내 동맥혈로 정화해 다시 환자 몸에 넣어주는 장비다.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진료에 이용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ECMO 시술을 하려면 심장혈관 진료에 특화된 심도자실로 임씨를 옮겨야 했다. 응급실에서 뛰어가도 5분은 걸리는 거리였다. 의사 한 명이 임씨가 누운 침대로 훌쩍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는 동안, 나머지 의료진이 침대를 붙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오후 3시 30분 심도자실로 임씨를 옮겨 ECMO 부착 시술에 들어갔다. 그 사이에도 심폐소생술은 계속됐다.

77분에 걸친 심폐소생술 끝에 목숨을 건진 임중수(맨 앞)씨를 신촌 세브란스병원 의료진과 임씨의 어머니(맨 왼쪽)가 지켜보고 있다. /조인원 기자

오후 4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EC MO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면서 환자 맥박이 조금씩 돌아왔다. 77분간 임씨 가슴을 8000여번 힘줘 누르느라 의료진이 탈진하다시피 한 심폐소생술도 비로소 종료됐다. 의료진은 오후 4시 37분 임씨를 심장혈관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 심박동기,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장치 등을 달아주고 나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위진 교수는 "내심 되살리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환자 나이가 젊어서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술했다"고 했다.

임씨는 "깨어나고도 1주일이 지나서야 '내가 죽었다가 살아났구나' 실감이 났다.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씨의 어머니 정순자(62)씨는 "너무나 훌륭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 아들이 살아오니 잔치라도 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위 교수는 "의료진 모두 하나가 돼서 환자 한 사람이 아닌 가족 전부를 감동시킨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기분"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8년 1.8%에서 2015년 13.1%로 해마다 늘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보건복지부 진영주 응급의료과장은 "올해 응급처치 교육사업을 강화해 한 가정 안에 적어도 한 사람은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위로